[Weekly BIZ] 인력의 국제화는 쌍방향이 돼야

  • 장용성연세대 언더우드 특훈 교수(美 로체스터대 교수)

    입력 : 2010.04.10 03:10

    외국의 우수 연구인력 유치하려면
    국내에도 그만한 '파트너' 있어야또한 외국학자 영입 못지않게
    국내학자 세계진출 지원 병행해야

    자본의 국제 이동에 관해 루카스의 역설 (Lucas Paradox)이란 것이 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본도 풍부한 곳에서 희귀한 곳으로 흐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는 정반대다. 자본이 희귀해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처럼 보이는 개발도상국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진국으로 쏠린다.

    왜 그럴까? 이는 자본과 기술의 보완성(capital-skill complementarity)에 기인한다. 생산은 자본과 노동을 투입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자본과 노동은 서로 대체(代替)관계를 보이기도 하고 보완(補完)관계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땅을 파는 대형 포클레인(자본)은 삽질과 같은 단순 노동을 대체한다. 반면 포클레인을 다룰 줄 아는 숙련된 기사가 필요하다. 자본이 비숙련 단순 노동과는 대체관계에 있지만, 고급 노동력과는 서로 보완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본과 기술의 보완성이다.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정부가 세금 혜택도 주고 학교도 지어주고, 편의시설도 제공해 주겠다는데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아 답답한데, 그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투자를 유치하려면 자본과 보완관계에 있는 양질의 노동력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의 사정은 중국과 같은 개도국보다는 훨씬 낫다. 얼마 전 한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한 일본 제조업체 관계자는 "임금이 훨씬 싼 중국을 놔두고 왜 한국에 투자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직은 한국 노동자들의 수준이 더 높고 불량률이 낮기 때문에 한국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고급 노동력만 있다면 굳이 따로 인센티브를 만들어 주지 않아도 자기 돈으로 집도 짓고 학교도 지어가면서도 들어오는 것이 자본의 속성이다. 반면 세계은행 (World Bank)이 빈곤 퇴치사업의 일환으로 해마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저개발국가에 공장을 지어줘도 제대로 운영할 만한 고급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몇 년 지나면 고철이 되곤 한다.

    몇 해 전 어느 대학 총장 선거에서 해외 석학이 장기간 상주할 수 있도록 연구실을 지어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해외 석학이 한국에 오래 머물지 않는 이유는 연구실이 없어서가 아니다. 함께 연구할 만한 상대가 없어서이다.

    대학들은 국제화를 위해 영어 강의와 외국인 교원 채용에 매우 적극적이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인 처방이 아니다.

    영어 강의를 무리하게 오히려 추진하면 학습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위험도 있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강의한 필자도 영어로는 하고픈 말을 다 못해 답답할 때가 있다. 학생들도 영어가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가르치는 사람이 70%, 듣는 사람이 70%밖에 능력 발휘를 못한다면 0.7×0.7=0.49, 결국 학습효과는 절반밖에 되지 못할 수 있다. 어느 대학에서는 교과서는 한글로 된 것을 쓰면서 강의는 영어로 해 학생들이 답안을 한글로 적어야 할지 영어로 적어야 할지 헷갈린다고 한다. 다른 대학에서는 강의 평가에 "이번 수업을 통해 영어가 얼마나 향상되었는가?"는 항목이 포함했다. 영어는 경제학자가 아닌 영어 선생님한테 배우게 해야 한다.

    아시아 출신 경제학자 중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 프린스턴대학의 노부히로 기요타키(Nobuhiro Kiyotaki) 교수다. 한국 방문 때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보고 싶은데 일본 사람이 가도 괜찮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볼 만큼 한국에 관심이 많은 분이다. 영어 때문에 성공 못한다고 불평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있다면 그의 강의를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그의 영어는 학문적 성취와는 비례하지 않는다).

    "수십 년 미국에 살아도 영어에는 한계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위안이 되기도 한다. 기요타키 교수와 오랫동안 공동 연구를 해온 위스콘신대학 석좌교수 랜달 라이트(Randall Wright) 박사가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노부히로와 함께 일하려면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만한 고통을 감내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영어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연구 인력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국 학자의 영입 못지않게 국내 학자의 세계 무대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해외 학자 영입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우수한 국내 학자들이 역차별을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 때가 있다. 잠재력 있는 국내 학자들의 해외 연구 활동을 적극 지원해 주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국위 선양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특별한 연고가 있지 않고서는 연구 역량을 갖춘 외국 학자가 국내에 오랫동안 상주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외국인 교원 채용이 대개 강의 전담 교원이거나 단기 체류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장기 체류를 강요하면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이 오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결과가 빚어질 수 있으니 딜레마이다.

    국제화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인력의 국제화는 쌍방향이 되어야 한다.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나가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학생들만 해외 대학으로 빠져나가고, 연구 인력은 국내에 머물러서는 진정한 국제화가 이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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